[에세이] 결혼식 부페와 미술관의 연결고리
부페에서 앞사람을 건너뛰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미술관에서 앞사람을 건너뛰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닮아있다.
어느 날 한 전시전에서 우연히 데이트 중인 지인을 마주쳐,
나를 뛰어넘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것.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 이것은 항상 고민거리이다.
좀 더 고민하며 지켜보고 싶은 미술품 앞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 나의 앞에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려줘야할까
아니면 나는 그 사람을 앞질러야 할까
결혼식 연회장은 다들 알다시피 시장을 방불케하는 복잡함을 떠오르게 한다.
‘아, 오늘 뭔가 맛있는 것을 편안하고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보다는 사람들이 복작이는 곳에서 오늘 하루 밥을 먹겠구나 라는 생각.
누군가 아끼는 사람의 결혼식을 방문한다는 일 자체가 무언가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결혼식을 보기 위함이거나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지인의 얼굴을 보고 그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한 의미가 큰 덕분에 밥을 먹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음이 맞는 것이지만, 결혼식의 부산물로 따라오는 연회음식은 얼마나 비싼 결혼식장을 가던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만 같다.
음식이 식었건 식지 않았건 그런 문제를 떠나 대량으로 먹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수많은 음식들 중 손님들에게 집혀 먹기를 선택받기 위해 예쁜 모습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하는 장식용의 의미가 조금 더 큰 그 연회용 음식은 미식가들을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음식이 아님에는 틀림없다.
음식 그 맛의 본연을 떠나 결혼식 연회음식에 대해 논할 수 있을 만한 다른 문제는 바로 그 부페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음식들을 골라담는 그 여정에 대한 것이다.
미술관이나 다른 전시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각의 그림을 감상하거나 어떤 작품앞에서 머무는 시간은 개개인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들 덕분에 일렬로 주욱 걸어가며 순서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수, 토, 일요일이면 그런 일은 더욱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내가 좀 더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싶은 그림 앞에서는 나를 향해 압박해오는 뒷사람을 먼저 보내주는 수 밖에는 없다. 뒤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선 내가 감상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또, 시간을 보내려는 그 사람 뒤에 있다가 그 사람을 앞질러야 할까 말까. 앞지르면 내가 저 사람의 감상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
어느 정도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비슷한 사람과는 엇비슷하게 시간을 맞춰보려고 하지만 그것 또한 전시가 끝날 때까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에 해당한다.
결혼식의 피로연장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각자가 먹고 싶은 음식의 종류와 그 음식의 양이 상이한 덕에 각각의 메뉴 앞에서 머무는 시간은 사람들마다 다양하게 차이가 난다.
또한 그 음식을 집을 수 있는 집게의 사용에 능숙한가도 문제가 되는데, 그런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능숙하지 않거나, 메뉴에 섞인 다양한 음식 재료들 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골라먹기 위해 꽤나 정교한 집게질을 발휘하며 그런 것들을 솎아내는 사람들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자면, 그런 것들을 솎아내자면 꽤나 많은 시간이 들여지기 쉽상이다. 그럴 때에 우리는 앞 사람을 뛰어넘어 다른 메뉴를 탐하러 가거나 혹은 뒷사람을 넘겨 보내주는 것이다.
그림을 감상하는데에 있어서도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좀 더 음미하고 감상하고 싶은 그림 앞에서는 그림에서 두 발짝 정도 물러서서 내 뒤에 있는 사람을 먼저 보내주는 그런 정도의 호의는 베풀어야 내가 감상하고 싶은 그림을 충분한 시간동안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혼식장 부페와 미술관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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