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상자 - 은희경

아내의 상자 (1998)

책 소개

아내의 상자 - 10점
은희경 외/문학사상사

1998년도 제 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올라있다. 그 해의 대상 수상작으로 수려한 평가를 받았다.


은희경이 말하는 자신의 문학과 삶

80년대에 나는 생활인으로만 성실했다. 고등학교, 출판사, 잡지사, 출판 컨설팅 등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어쩐지 이게 다는 아닌 것 같았다.내가 잘할 수 있고 그리하여 나 자신의 완전한 주소가 될 인생은 어떤 것일까. 1994년 가을, 다니던 출판사에 한 달 휴가를 내고 가방을 챙겼다. 반 시간을 가도 차 한 대를 만날까 말까 한 처음 가보는 산길을 한밤중에 혼자 운전해 가며 나는떨리는 목소리로 얼마나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던가. 면벽 삼 일 만에입냄새만 얻어져 되돌아오고 말 거라는 조롱의 음성들이 얼마나 내 시야를 가로막았던가. 아아, 차라리 그냥 무난하게 살고 말 것을! 나는 달력 속의 날짜를 지워 가듯 종일 구부린 자세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저녁 때쯤 의자에서 일어나면 다리에 힘이 없어 자빠지곤 했다. 거기에서 나는 다섯 편의 단편을 썼다.


한줄평

심각한 소재를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작품. 감정을 표현하는 텍스트는 대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줄거리 (목차가 따로 없는 작품)

아이가 없는 것을 빼고는 그럭저럭 평온한 삶을 꾸려나가는 신도시의 30대 부부. 그러나 그 평온한 껍질속은 황폐하다. 남편이 새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쁘게 수행하는 동안 아내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 풍경과는 달리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도태돼야 할 ‘열성인자’라고 생각하던 아내는 남편이 없는 시간 뜻밖에도 외도를 저지르고 남편은 아내를 정신병원에 유폐한다.




밑줄 긋게 만든 부분


그녀는 열심히 밥을 먹었다. 다 먹은 다음 물을 가지러 냉장고로 갔다. 물쟁반을 들고 식탁으로 돌아온 그녀는 식탁 위를 보더니 갑자기 멈칫했다. 쟁반 위에 있던 물병과 유리컵을 내려놓고 거기에 자기의 빈 밥공기를 옮겨 담으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언제 밥을 먹었죠?’
그 겨울은 우리 둘 다에게 몹시 힘들었다.

나는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그것을 아내는 어떻게 갚아주었던가. 아마 지금쯤 그녀는 자고 있을 것이다. 약을 먹을 시간이 되면 깨어난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나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작가 소개 - 은희경

1959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서정적인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결합한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화제작들을 선보였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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